독서 - 데드맨

18 M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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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은 첫 장을 펴면 단숨에 읽게 되는 흡입력 강한 소설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일본의 도쿄. 여섯 차례의 엽기적인 살인이 일어난다. 살인의 현장에는 잘 보존 처리한 사체가 남아있으나, 사체의 일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살인범은 금전을 취한 흔적도, 피해자에 대한 분노나 원한을 느낄만한 행위도 전혀 남기지 않은 채 피해자의 신체 일부만 챙겨 떠난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살인이나 상해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수사관, 가부라기 데쓰오가 이 사건을 담당하면서 범인을 쫓는다.

이 소설은 두 명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하나는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의 시점, 또 다른 하나는 놀랍게도 조각난 몸을 이어 붙여 새로운 생명을 얻은 “데드맨”의 시점이다. 가부라기 형사는 범인과 그의 범행 동기, 사라진 사체의 행방을 추적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데드맨은 이미 죽은 이들의 신체 일부를 모아 다시 태어난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다른 한 축의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두 시점을 오가며 소설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이 둘이 과연 어떻게 만날 것인지 상상하느라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데드맨』은 토막 난 신체들로부터 새롭게 깨어난 한 명의 자아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특히 데드맨이 자신에 관해 서술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데드맨은 자신의 육체를 통제하는 방법을 익히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찾아 나간다. 조각난 사체를 모아서 새롭게 탄생한 한 남자. 다소 자극적인 설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야기 안에서는 합리적이지 않은 장면도 종종 나타난다. 여러 가지 윤리적 질문을 던지고 있으나 그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시도 없이 결말에 이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조금 아쉽다.

이 소설은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라는 스릴러 소설로부터 모티프를 가져왔다고 한다. 다른 이가 만든, 소화하기 쉽지 않은 사체 조합이라는 설정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잘 소화한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점성술 살인사건』도 읽어보고 싶다.

수상작을 결정한 뒤에 아야츠지 유키토는 이 작품에 대해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정면으로 끌어들여 가독성 뛰어난 미스터리 엔터테인먼트로 작품을 잘 마무리했다. 그 명작에 도전하는 기개가 훌륭하다”라고 했습니다. - 옮긴이의 말 중

토막 살인이라는 끔찍한 소재를 다루지만 지나치게 거북할 만한 묘사 없이 적절한 톤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데드맨』은 여유로운 주말에 가볍게 읽어볼 만하다.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의 대상 수상작.

핵심 포인트: 가장 먼저 발견된, 머리가 없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사체는 이 소설이 취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비유적으로 알려주는 대목.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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